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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철도 민영화, 이번엔 공항철도

단타매매 2014. 7. 9. 00:19

또 철도 민영화, 이번엔 공항철도

시사INLive | 오건호 | 입력 2014.07.01 09:04
정부가 인천공항철도를 민간에 팔기로 결정했다. 6월13일 코레일 이사회는 매각을 의결하고 이번 달에 매각 주관사까지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철도를 민영화해도 되는지 제대로 논의조차 진행한 적이 없는데, 어느새 실무 준비까지 마쳤다는 이야기다.

인천공항철도는 대한민국 행정의 불투명과 독단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출생부터 그랬다. 2001년 3월 현대건설컨소시엄과 맺은 민간투자 사업 협약은 재벌 특혜, 관피아 의혹이 짙다. 당시 현대건설은 2000년 6월부터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워크아웃을 겪은 후 국책은행들의 부채 전환 조치로 2001년 8월에 겨우 살아난 기업이다. 총 4조원에 이르는 대형 국가사업을 어찌 이런 부실기업에 맡길 수 있었을까? 게다가 협약서에 명시된 명목수익률이 당시 국고채 금리 7%의 두 배가 넘는 15.95%였다. 승객이 적으면 예상 수입의 90%까지 정부가 보장하는 최소수입보장제(MRG)도 명시됐다. 다른 민간투자 사업들도 특혜 비판을 받지만, 인천공항철도는 그중에서도 심한 사례다. 당시 김윤기 건설교통부 장관은 협약 체결 이틀 후 바로 공직을 떠났고 법적 기한(공직자윤리법[1]에 따라 퇴직 이후 2년간 관련 사기업 취직 금지)이 지나자 2004년 인천공항철도 사장으로 부임했다.

2007년 인천공항철도가 개통되었다. 2년간 운행한 결과 탑승한 승객 수는 예상치의 7%에 불과했다. 최소운영수입 보장제에 따라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이 2007년 1040억원, 2008년 1666억원에 이르고, 시간이 흐를수록 예상 수입이 높게 잡혀 있어서 보조금도 연평균 4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었다. 그야말로 세금 먹는 하마였다. 이명박 정부가 이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며 나섰다. 사태 수습 책임자는 정종환 국토해양부[2] 장관이었다. 4대강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위력을 발휘했던 정 장관은 2001년 당시 철도청장이었다. 현대건설컨소시엄과의 협약에 서명한 당사자다. 정 청장 역시 협약 체결 일주일 후 철도청을 떠났다. 인천공항철도 협약을 주도한 건설교통부 장관과 철도청장 두 사람이 모두 공교롭게도 협약 체결 직후 자리를 떠났고, 다시 인천공항철도 사장과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만난 것이다.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해결사로 나선 꼴이다. 결국 '7% 철도'는 탄생 과정의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채, 코레일이 인수하는 선에서 사태가 마무리되었다. 민간 투자자들은 그간 수익을 챙겨 빠져나갔고 코레일은 1조2000억원의 빚을 내서 '애물단지'를 떠안았다. 최소운영수입 보장률을 90%에서 58%로 낮추면서 정부 보조금도 민간 업자에 비해 줄었다.

그런데 코레일이 운영하자 인천공항철도의 경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2008년 1만7000명에 불과했던 승객이 2014년 현재 15만명 수준으로 10배가량 늘어났다. 영업수지도 흑자로 전환해 2013년 1837억원 수익을 기록했고, 금융이자를 지불하고서도 당기순이익[3]이 329억원이었다. 김포공항-서울역 2단계 구간이 개통되면서 철도 노선의 네트워크 효과가 생긴 덕택이다. 서울역 지하 연결 통로가 완공되어 기존 지하철과 연계되면 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 애물이 효자로 거듭난 것이다.

공공기관을 개혁하랬더니 공공기관 자체를 없애려는 '비정상'


인천공항철도를 되살려낸 코레일에 무슨 상이 주어졌을까? 이제는 내놓으란다. 그것도 사적 자본에게. 정부는 인천공항철도를 팔겠다고 결정했다. 수서발 KTX도 그러하듯이, 알짜 노선이면 죄다 민영화 대상으로 삼는다. 논리도 엉성하다. 지금 인천공항철도 흑자가 정부보조금을 포함한 금액이며 민간에 넘기면서 보조금을 낮출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코레일과 재계약하면 시장 수익만큼 더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코레일 경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비판하면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조만간 코레일도 흑자로 전환시키겠다고 큰소리치는데, 그 방안이 일반 철도 운행 횟수를 2013년 388회에서 2018년에는 275회로 대폭 줄이는 식의, 즉 승객이 적은 지역 노선의 감축·폐지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 민영화라는 비판에 대해선 애초 민간투자 사업이었기에 이번 매각은 '재구조화'이지 민영화로 볼 수 없다는 궤변까지 동원한다.

이번 매각 결정의 이유는 명확하고 단순하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따른 부채 감축이다. 부채는 줄여야겠지만 어찌 알짜 자산 매각이 해법이 될 수 있는가? 효자를 내쫓아 집안을 더 어렵게 만드는 막무가내 행정 아닌가? 공공기관을 개혁하랬더니 공공기관 자체를 없애려는 것이야말로 '비정상'이다.

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people/newsview?newsid=20140701090407353